2026년 대한민국 교실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보편화되고, 학생 개개인의 취약점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강사의 판서보다 정교해졌다. "이제 강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오는가?"라는 두려움 섞인 질문이 학원가에 감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정점에 달할수록, 우리는 가장 인간적인 가치에 목마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기술의 역설'이자 학원의 새로운 기회다.
1. 하이테크(High-tech)가 대체한 '지식 전달'의 효율성
과거 강사의 핵심 역량은 복잡한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전달력'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단순 지식과 문제 풀이 비법은 AI 튜터가 24시간 지치지 않고 더 정확하게 제공한다. 지식 전수의 효율성 측면에서 인간은 더 이상 기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만을 고집하는 학원은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제 학원은 AI라는 강력한 엔진(하이테크)을 도구로 삼아, 강사의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할지 다시 설계해야 한다.
2. 하이터치(High-touch):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감성 코칭
AI는 학생이 문제를 '왜 틀렸는지'는 알지만, 그날 학생의 어깨가 왜 처져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학습 데이터는 분석할 수 있어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움직여 책상 앞에 앉게 하는 '동기부여'는 오직 인간 강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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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가이자 마음 설계자: 강사는 AI가 산출한 데이터를 해석하여 아이의 심리적 상태와 결합해야 한다. "너는 이 유형이 약해"라고 말하는 대신, "최근 자신감이 떨어져서 이 부분에서 실수가 잦아진 것 같아. 선생님이랑 이 고비만 넘겨보자"는 하이터치(High-touch)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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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페이스메이커: AI가 지도를 그려준다면, 강사는 그 길을 끝까지 완주하게 돕는 페이스메이커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건네는 격려, 성취를 함께 기뻐하는 공감 능력은 학원을 단순한 공부방 이상으로 만드는 핵심 자산이다.
3. 강사의 새로운 자리: 콘텐츠 제작자에서 '성장 큐레이터'로
미래 학원의 경쟁력은 '누가 더 좋은 교재를 만드느냐'보다 '누가 더 밀도 있게 학생을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사의 역할은 다음 세 가지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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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Curation): 방대한 AI 콘텐츠 중 학생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핵심을 골라주는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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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일방적 주입이 아닌, 질문과 토론을 통해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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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Mentoring): 입시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아이들의 정서적 지지대 역할.
기술이 깊어질수록 인간은 귀해진다
AI 시대의 학원은 '기술을 잘 쓰는 학원'을 넘어 '기술로 확보한 시간을 사람에게 투자하는 학원'이 되어야 한다. 하이테크는 강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를 지루한 반복 작업에서 해방시켜 가장 가치 있는 일, 즉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이끄는 일'에 집중하게 해 줄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는 강사는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의 마음을 가장 잘 만지는(High-touch) 사람이다. 당신의 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고귀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편집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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