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대한민국 고교 교실은 거대한 실험장이다. 2025년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가 2년 차에 접어들고, 내신 평가 체제가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입시 현장에는 전례 없는 ‘등급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정성평가 강화라는 새로운 파고가 덮치고 있다. 단순히 내신 따기 쉬운 학교를 찾던 과거의 전략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학원가와 교육계가 주목해야 할 변화의 본질을 짚어본다.
‘1등급 10%’의 역설: 숫자의 힘이 빠지다
내신 5등급제의 도입으로 상위 4%만 받던 1등급의 문턱이 10%까지 넓어졌다. 이는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역설적으로 대학 입장에서는 등급만으로 학생을 변별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제 주요 상위권 대학들은 단순히 ‘1등급’이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학생의 진짜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과 ‘교육과정 이수 현황’을 현미경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
고교 선택의 기준: ‘명성’에서 ‘콘텐츠’로
고교학점제 체제 아래서 학생은 자신의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한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의 고교 선택 기준도 완전히 재편되었다. 과거에는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일반고나 수능 대비에 강한 특목고가 인기였다면, 이제는 ‘우리 아이의 전공 적합성을 보여줄 심화 과목을 개설해 줄 수 있는가’가 생존의 핵심이 되었다. 학교의 이름값보다 그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의 질이 중요해진 ‘콘텐츠 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학원가의 변신: ‘문제 풀이’에서 ‘탐구 가이드’로
이러한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는 곳은 역시 학원가다. 전통적인 주입식 강의만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많은 학원이 학생들의 수행평가와 심화 탐구 보고서를 지원하는 ‘학술적 가이드’ 역할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학생이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어 깊이 있는 탐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량이 학원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2026년의 대입은 ‘숫자(Quantitative)’의 시대에서 ‘기록(Qualitative)’의 시대로의 완전한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평가 체제의 완화가 결코 입시의 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은 더 까다롭게 학생의 주도성을 평가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변화된 제도 속에서 방황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의 주인이 되어 자신만의 기록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계와 사교육 시장 모두가 ‘정답 찾기’가 아닌 ‘역량 키우기’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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