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파고 앞에 선 학원가, ‘문제 풀이 권력’에서 ‘진정한 교육’으로
최근 대한민국 교육계와 학원가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사교육 카르텔’이다. 정부가 소위 일타강사와 현직 교사 간의 문항 거래를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패’로 규정하고 칼을 빼 들면서, 수십 년간 고착화되었던 사교육 시장의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2026년 학원법 개정안의 마무리를 앞둔 지금, 우리는 이 폭풍이 가져올 파급 효과와 학원 시장의 미래를 냉철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은밀한 거래의 끝: ‘인적 네트워크’의 몰락
그동안 대형 학원과 일타강사들은 수능 출제 위원급 교사들과 손잡고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해 왔다. 수억 원의 대가가 오가는 문항 매매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대화했고, 이는 곧 수강생 모집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카르텔의 실체는 가히 충격적이다. 현직 교사가 문항 공장을 운영하고, EBS 지문을 사전 유출하며, 내신 문제와 학원 교재를 일치시키는 행위는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넘어 명백한 범죄의 영역에 들어섰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학원법 개정’은 이러한 고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위반 시 ‘학원 등록 취소’라는 초강수를 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이제 학원가에 “더 이상 어둠의 경로로 얻은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리스크”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장의 양극화: 콘텐츠 권력의 이동
카르텔 근절은 역설적으로 학원 시장의 ‘콘텐츠 양극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직 교사의 문항 공급이 막히면, 자체 연구소를 통해 합법적으로 문항을 생산하고 검수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춘 초대형 학원의 독점력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반면, 교사 한두 명의 문항에 의존해 오던 중소형 학원이나 개인 강사들은 당장 교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제 학원가는 ‘누구와 친한가’가 아니라 ‘어떤 연구 역량을 가졌는가’로 승부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합법적인 외주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문항 생성 기술이 사교육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신뢰의 위기, 그리고 본질로의 회귀
가장 뼈아픈 지점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깊은 불신이다. “돈으로 문제를 샀다”는 사실은 공정한 경쟁을 믿고 밤을 새운 수험생들에게 박탈감을 안겼다. 학원가 입장에서는 지금이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기회다. 단순히 문제를 찍어주는 ‘적중 미신’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교육 본연의 서비스’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의 규제는 단순히 학원을 압박하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교육 시장이 음성적인 카르텔 대신 투명한 경쟁을 통해 교육의 다양성을 보완하는 건강한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2026년은 대한민국 학원 시장이 ‘카르텔의 시대’를 끝내고 ‘신뢰와 기술의 시대’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편법이 더 이상 실력이 되지 않는 세상, 그것이 이번 사태가 우리 교육계에 던지는 가장 무거운 질문이자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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