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현재 대한민국 교육계는 기묘한 지표와 마주하고 있다. 신입생 30만 명 선이 붕괴될 정도로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2024년 29조 원을 돌파한 이래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와 참여율이 동반 상승하는 이 현상은, 단순히 입시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사회의 불안과 욕망이 얽힌 복합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초등 ‘의대반’ 열풍: 사교육의 ‘초저연령화’
사교육비 폭증의 중심에는 초등학생이 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진통이 지속되면서, 학원가에는 ‘초등 의대 준비반’이라는 기형적인 상품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초등학교 5~6학년이 고교 수학을 마스터하고 대학 과정의 개념까지 선행하는 ‘초격차’ 경쟁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제 입시 준비는 중·고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른바 ‘7세 고시’, ‘4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어유치원과 사고력 수학 학원을 향한 조기 진입 경쟁이 치열해졌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느낀 학원들이 생존을 위해 타깃 연령층을 아래로 대폭 낮춘 전략과, "한 명뿐인 내 아이만큼은 최상위권으로 만들겠다"는 부모의 보상 심리가 맞물린 결과다.
교육의 양극화: '개천의 용'이 사라진 자리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사교육비 지출의 양극화다. 소득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 사이의 사교육비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고소득층은 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의대반과 맞춤형 컨설팅에 투자하며 ‘교육의 대물림’을 공고히 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가파르게 오르는 교육 서비스 물가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공교육이 방과 후 돌봄과 학습 결손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미 대치동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간 ‘의대반 시스템’의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이는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벌을 결정하는 구조를 심화시키며 사회적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학습의 주인'인가, '입시의 노예'인가
이러한 광풍 속에서 정작 소외된 것은 학생 본인의 성취감과 학습 주도권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난도 문항 풀이에 매몰된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대학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서울권 의대와 상위권 대학이라는 '좁은 문'을 향한 집중 포화 속에 무색해졌다.
현재의 사교육비 폭등은 인구 감소라는 '양적 변화'보다 상층 이동을 향한 '질적 독점욕'이 만들어낸 사회적 병증이다.
정부의 단속과 규제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의대 쏠림과 같은 보상 체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교육이 조기 선행학습 없이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시급하다. 아이들이 '입시의 노예'가 아닌 '학습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 그것이 2026년 대한민국 교육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