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생각의 근육을 퇴화시키는 ‘주입식 처방’, 아이들은 왜 스스로 풀지 못하나

  • 등록 2026.01.25 17: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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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열의 상징인 ‘학원’은 아이들에게 지식의 지름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자처한다. 하지만 길을 직접 찾아가는 법을 모른 채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해 운전하는 운전자는 경로를 이탈하는 순간 당황하기 마련이다. 사교육 시스템 속에서 고도화된 ‘주입식 처방’이 아이들의 사고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 문제 해결의 아웃소싱: 고민의 시간을 박탈하다

학원의 핵심 경쟁력은 ‘효율성’이다. 아이들이 한 문제를 두고 30분, 1시간씩 고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른바 ‘유형별 풀이법’이라는 이름의 매뉴얼이 아이들에게 제공된다. 이는 전형적인 문제 해결의 아웃소싱(Outsourcing)이다.

 

수학 교육학의 권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는 ‘생산적 실패(Productive Failure)’가 뇌의 신경망을 강화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학원은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기 전, 정답으로 가는 최단 거리를 주입한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스스로 추론하고 가설을 세울 때 활성화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기능을 학원 강사의 설명이 대신해버리는 셈이다. 결국 아이들은 '생각하는 법'이 아닌 '찾아서 끼워 맞추는 법'만을 학습하게 된다.

 

2. ‘가짜 공부(Pseudo-learning)’의 늪: 인지적 착각

많은 학생이 학원 강의를 들으며 “오늘 공부 정말 많이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유창성 편향(Fluency Bias)’에 의한 인지적 착각이다. 강사의 화려한 판서와 논리적인 설명을 들으면, 본인이 그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정복했다는 착각에 빠지는 현상이다.

  •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부재: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마비된다.

  • 수동적 입력(Input)의 과잉: 2024년 사교육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고학년으로 갈 수록 사교육 시간은 늘어나지만 스스로 복습하는 '자기주도적 인출(Output)' 시간은 현저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강의를 듣는 행위는 뇌의 수동적 영역을 자극할 뿐, 지식을 장기 기억으로 전이시키는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지식은 휘발성 정보에 그친다.

 

3. 낯선 문제 앞에서 무너지는 ‘응용력 부재’

이러한 시스템의 부작용은 시험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교과서의 숫자만 바뀌거나, 유형을 살짝 비튼 ‘킬러 문항’ 혹은 ‘신유형’이 등장하면 아이들은 얼어붙는다.

 

실제 교육계 데이터에 따르면, 초등 시절 학원을 통해 선행학습을 과도하게 한 학생들일수록 고등 수학의 미적분 등 고차원적 사고력이 필요한 단원에서 성적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기초 체력 없이 약물(주입식 요령)로 근육을 불린 선수가 진짜 경기에서 한계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각의 근육이 퇴화한 아이들에게 공부는 즐거운 탐구가 아닌, 고통스러운 암기 노동이 된다.


사교육과 공교육, 그리고 자기주도학습의 ‘황금비율’

그렇다면 학원을 당장 모두 끊어야 하는가? 현실적인 대안은 ‘사교육의 도구화’와 ‘학습 주권의 회복’에 있다.

  1. 학원을 ‘보조 수단’으로 재정의: 학원은 모르는 개념을 빠르게 보충하는 ‘백과사전’ 역할을 해야지, 아이의 공부 전체를 지배하는 ‘메인 엔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습 시간의 70%는 반드시 스스로 고민하고 인출하는 시간에 할당해야 한다.

  2. 공교육과의 상호보완: 학교는 사회성과 기본 개념의 토대를 닦고, 학원은 필요한 경우에만 기술적인 부분을 보강하는 보완재로서 작동해야 한다.

  3. 질문하는 문화로의 전환: 학원을 선택할 때도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보다 ‘아이에게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지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결국 공부의 주인은 학생 자신이다. 아이에게 정답을 가르치기 전에, 스스로 정답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의 교육'이 회복될 때 아이들의 생각하는 근육은 다시 자라기 시작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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